코로나 이후 특히 내가 입원하고 나서 급격히 살이 쪘다.아마도 계속되는 수술 대기로 단식과 항생제 투여가 이어지면서 체력이 떨어지자 퇴원한 후에도 운동을 멀리하고 음식에 가까워진 탓인지 이번 주부터는 정기배송 샐러드를 주문해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오늘이 그 첫날이지만 그냥 기분이겠지만 몸이 가벼워진 느낌도 든다.
우리 둘 다 산책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물론 나는 가끔 귀찮아 하지만 산책 욕구를 이기기도 해…) 요일은 퇴근하고 사무실 근처에서 슌과 간단하게 식사 후 잠시 걷기로 했다.걷는 김에 예전에 익선동에서 예쁜 카페를 많이 봐두었던 기억이 나서 구경 겸 산책 겸 익선동으로 향했다.우리 회사는 위치 하나는 정말 좋은 게 익선동도 도보를 따라 걸어서 2~30분이면 편하다.
해당 지역이 주소상 익선동은 아니지만 (정확히 익선동 위에 있는 운니동이다.) 홍대~합정~상수~라인을 거한 홍대거리라 하듯이 익선동과 연결된 거리이므로 편의상 익선동이라 칭함.)
밤의 익선동 풍경은 사뭇 달랐다.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고 한옥과 벽돌담을 비추는 불빛이 고요하고 깨끗했다.왼쪽 건물은 ‘불란서 미술관’이라는 드로잉 카페인데 입장료를 내면 그림을 그리며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았다.이곳은 잠시 들어가 구경하다가 나중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다시 찾기로 했다.
카페를 찾아 길을 계속 돌다 몇 군데쯤 지나갔을 무렵 조명이 어둡고 분위기가 좋은 곳을 찾아 들어갔다.
칠판의 일러스트가 느낌이 좋다.
2022.07.27 인공위성 서울 종로구 율곡로6길 27-31층
뱀과 새 모형이 인상깊었다.
완전히 그리너리한 곳은 아니지만 녹색 식물과 화이트&우드톤의 내추럴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처음 들어갔을 때는 내부 스피커 음량이 커서 조금 걱정했는데 익숙해져서 생각보다 좋았다.
사실 술을 마실 생각은 없고 외부 간판인 COFFEE를 보고 들어갔는데 메뉴를 보니 칵테일&와인을 팔고 있었다.예전에는 커피를 팔았는지, 아니면 낮에만 카페 겸 운영되는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다른 카페를 찾기도 애매하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 그대로 남아 있기로 했다.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우리 말고는 한 팀 정도 더 있고 사장인지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한 명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나름 구도도 정해봤어.(제법 마음에 들어..)
자리에 앉으면 물과 기본 안주인 땅콩을 세팅해 준다.이런 바에서 물을 세팅해주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알슬라 처음 봤나?) 나중에는 물잔이 비면 채워주기도 했다.
안주는 올리브볼, 저는 무알콜 모히또를 슌이는… 내가 추천한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가게에서 올려놓은 메뉴를 봐도 모르겠어…들어가는 재료를 봐? 하면서 이건 어때? 했던 기억은 있는데… 이름도 달라진 기억이 있다.아무튼! 모히토는 알코올/무알콜을 선택할 수 있었고, 두 칵테일 가격도 달랐던 것 같아.올리브볼에는 보시다시피 그린올리브, 블랙올리브, 크래커, 바질페이스트와 크림치즈가 함유되어 있다.(그린올리브는 안에 씨가 있어 여과하기가 조금 번거로웠다. 만약 진행 중인 썸남&썸녀와 간다면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칵테일 밑에는 인공위성 간판 로고가 그려진 코스터를 깔아주는데 이 친구가 너무 예뻐서 나도 바닥에 있는 잔으로 나오는 걸 주문하면 됐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나는 이런 본격적인 모히토는 처음이라 한 모금 마시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항상 이상한 달콤한 음료수 모히토만 마셔봤어. 첫인상은 굉장히 시큼하다. 그리고 뭔가 개운해지는… 건강해지는 맛? 향이 특이하다. 모히또에 풀이 이렇게 많이 들어갈 줄 몰랐어.슌이가 마셔보니까 여기 모히트가 좀 강한 편이긴 한 것 같다고 했다. (진실은 저 너머로…) 얼음이 녹고 얇아질 무렵에는 그 담백한 맛이 나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모히토의 푸른 허브(?)가 인공위성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도 했다.
이쯤에서 나 같은 아르스가 칵테일 바 리뷰를 써도 되나 싶은데 나는 여기가 꽤 마음에 들어서 포스팅을 해본다.만약 이 포스팅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칵테일 자체에 대한 리뷰는 참고하지 않기를 바란다.(다만 아무도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준이가 주문한 칵테일도 색깔이 예뻐서 한 모금 마셔봤는데 알코올이 들어가서 그런지 역시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어. (?) 내가 보면서 오? 만든 재료도 사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먹어보는 아주 독특한 맛이 난 것 같다.
저는 시끄러운 술집이 싫어서 위에서 말한 스피커 음량이 굉장히 걱정됐는데 선곡이 좋기도 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간단하게 칵테일 한잔 마시면서 제 앞에 있는 사람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다.인공위성이라는 이름처럼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사랑하는 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라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차분히 해석해본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6길 27-3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