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마 엄마가 3일째 새벽에 찍은 사진일거야하아… 수술 직후 밤 정말 힘들었던 밤이었다.그리고 기본적으로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파서 계속 진통제를 맞았다.기도삽관을 하던 목 부분이 엄청나게 붓고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양옆에 얼음을 끼고 있는 것도 모자라 해열제를 계속 주사했다.의료진은 매우 긴박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여줬다. 요청하면 즉각 반응… 아무래도 수술 직후 환자는 집중 관찰 대상이라 그랬다.그리고 전신마취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가래가 계속 끼어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래기침이 나왔다. 가래가 식사로 누우면… 숨을 못쉬고… 기침은 계속 나오고… 너무 힘든 시간.
녹초가 된 밤…엄청난 진통제와 해열제를 맞고 기절. 자세를 바꿔가며 잤지만 몇시간 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담당 레지던트는 점심부터 완전히 물 같은 느낌의 미음을 먹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OK! 받아들였다.긴 밤에 겪었던 고통이 조금은 줄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신마취를 한 사람들은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 오히려 피곤해서 누워있으면 더 열이 오른다는 것이었다.제왕 때도 자주 들었던 이야기라 병원 내부를 열 바퀴 돌며 기절하고 지쳐 낮잠을 자기도 했던 기억.열 바퀴를 돌느라 땀이 엄청났다. 더운 날씨도 아닌데.수술과 단식으로 체력이 많이 나빠졌구나 라고 느끼면서.. 넘실대는 시간
셀카를 찍어봤다. 아랫입술이 완전히 부어있다…..갑상선이 사라지고…앤젤리나 졸리입술을 얻었다……앱으로 찍으니까 좀 섹시한 것 같기도 하다..(개홋!) 오후가 돼서 수미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먹었는데…입이 내 입 같은 감각이 아니었다.먼저 아랫입술이 너무 부어 있고 늘어져 있는 아랫입술과 턱 사이에 이물질이 끼는 느낌이었다.그곳은 수술 봉합 부위도 있어서 폭발하면 안된다고 하던데.먹는 행위 자체가 매우 신중해졌다.
저녁 식사는 아주 얇은 호박국 같은 것이었는데 조금 양념이 됐는지 맛이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밀이라는 것도 처음 먹어봤는데 미숫가루보다 훨씬 진해 이것 하나만 먹어도 노인이나 환자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질감이 밀려왔다. 단순한 두유와는 많이 다른 느낌.숟가락 싼 종이에 적힌 문구를 보고….. 괜히 눈시울을 적신건…..비밀이다.-_-;;(아…..난 마음이 약해져있었나봐.)
“포기하지 않는 당신에게 나 오늘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세요” 이 문구가.. 왜 마음을 울리는지…. 아픈 사람은 많이 약해지는 것 같다.
이날 밥을 먹었더니 운동을 2030분 정도 한 것 같다. 대략 78바퀴 정도 되는데 이 정도만 움직여도 땀이 엄청나게 났다.땀이 나니까 저절로 체온이 내려갔다. 다행인 것:) 그래도 많이 움직여서 그런가… 저녁이 될수록 가래가 심해지고… 정말 힘들어졌다.결국 레지던트 선생님을 만나 9시에 치료실에 가서 성대를 내시경으로 봤는데 “아~ 지금 기도삽관한 목 부위가 많이 부었어요. 소염제와 진통제를 좀 더 두어야겠네요. 생각보다 가래는 많지 않아요.증거기반+팩트로 얘기해주시니까. 마음이 많이 놓였어. 그냥 가래 때문에 잠이 안 오고… 누워서 드라마나 한 편 보자는 마음으로 ‘어쩌다 발견한 하루’라는 학원 판타지 로맨스를 보기 시작한다.
핫! 핫! 핫!핫! 핫! 핫!핫!
이건 상속자들을 능가하는.. 비주얼 페스티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판타지 드라마로 잘생긴 A3 (ㅠㅠㅠ 가성비지만 ㅋㅋ)에게 진미채에게 하루까지 ㅋㅋㅋㅋ 도대체 로운은 누구일까 하고.. 고열과 가래로 헤매는 나에게 희망과 기쁨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선물한 젊은이들.덕분에 고통에서 멀어지고…새벽 3시까지 드라마를 통해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간호사 선생님은 1시간 정도에 한 번씩 오셔서 해열제, 진통제, 거담제 등을 계속 와서 맞춰주시고 열을 재서 가주셨다.드라마를 보는게 조금 부끄러울 정도;; 그래도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눈빛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제 시간에 환자를 돌봐주시는 간호사 선생님을 보고 조금 감탄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
그렇게 사흘째가 저물었다.고통만 가득했던 간밤에 비해(물론 고통도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다.하지만 자구책으로 만난 드라마 덕분에 또 다른 고통을 많이 덜어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의 힘은 무서운 거야.그런 생각이 들었다.